― 정은제(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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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말에 있었던 일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요즘이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7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탓인지 학기 초에 처음 만났던 그때보다 우리 반 친구들은 사이가 더 가까워지고 끈끈해진 듯하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다. 그 많은 이야기 중 한 이야기를 오늘 여기서 해보려고 한다.

10월 23일, 통합사회 시간에 선생님께서 다음 시간에 비빔밥과 빙수를 조를 나누어 만들 거라고 예고하셨다. 그래서 들뜬 마음으로 우리 반은 조를 정하기 시작했다. 빙수 조, 비빔밥 조를 따로 정했는데 난 빙수를 원했기 때문에 빙수를 원하는 친구들과 랜덤 사다리 타기 게임을 했다. 인원은 총 5명. 그렇게 짜인 조가 <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조>다. (2007년 발매된 윤종신의 <팥빙수> 노래의 가사가 맞다.)

우리 조 친구들은 우선 빙수에 대해 이것저것 소통을 하기 위해 단체 카톡 채팅방을 만들어 빙수에 어떤 과자를 넣을지에 대해 상의했다. 그러다 이틀 뒤인 25일, 빙수 만들기를 하루 앞두고 내가 우리 조 친구 예주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 각자 뭐 사 올지 이제 정해야 되지 않을까?" 그러자 예주가 내가 이틀 전 채팅방에 보냈던 빙수에 넣을 과자들을 자기가 어제 다 샀다고 하는 것이다. 그 말에 놀란 나는 “그럼 얼마 나왔어? 우리가 나눠서 보내줄게."라고 말했다. 그런데 예주는 돈을 안 보내줘도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당연히 n분의 1 값을 내는 더치페이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 말에 2차로 놀랐다. 그렇게 나는 예주가 과자를 전부 샀다는 소식을 우리 조원들에게 알리고 친구들은 모두 예주에게 박수를 보냈다.

다음 날, 우리는 예주가 가져온 과자들과 우리가 사 온 얼린 우유, 자기 취향대로 마시멜로우, 초코볼, 찹쌀떡 등을 넣어서 다 함께 한 양푼이에 다섯 숟가락으로 맛있게 먹었다. 먹으면서 친구들과 전보다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따뜻했고, 다 같이 영상과 사진을 찍으며 먹어서 재미있기도 했다. 또, 우리가 직접 만들어 먹은 빙수라 더욱 뜻깊게 느껴졌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이런 것을 깨달았다. 우정의 힘은 대단하다. 우리가 만약 처음 만난 친구였다면 예주의 행동처럼 선뜻 다른 친구들을 위해 과자를 몽땅 사 오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같은 학교라는, 같은 교실 안에서 웃고 떠드는, 함께 급식을 마주 보며 먹는, 지루할 수도 흥미로울 수도 있는 학교 수업을 같이 듣는, 그런 사이라는 이유, 그 이유 덕분에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aside> 📎 차례(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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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룬다는 것 (오소정, 35회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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