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SF작가로 유명한 김초엽 작가가 『파견자들』이라는 신작을 내고 효자동의 달팽이책방에 와서 ‘스포일러 북토크’를 하였습니다. 단 30명만 참여할 수 있었던 이 행사에 박민・김현주・장혜진 선생님과 교지편집부 신세연, 독서토론부 홍해솔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티켓팅에 성공하여 참석하였는데요, 책을 읽고 작가를 직접 만난 이 특별한 경험에서 느낀 것들을 신세연과 홍해솔 두 학생의 목소리로 들어 보겠습니다. (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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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의 신작 《파견자들》 표지

김초엽 작가의 신작 《파견자들》 표지

북토크 장소인 달팽이책방

북토크 장소인 달팽이책방


신세연의 글

지난 11월 19일, 학교 인근의 작은 서점인 달팽이책방에서 김초엽 작가님의 신작 《파견자들》의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존재에 대한 섬찟할 만큼 아름다운 시선 김초엽 신작 장편소설 “나는 너의 일부가 될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할 거야. 사랑해.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

30명의 신청자들과 함께한 책 냄새가 물씬 난 북토크는 2시에 시작해 4시가 다 되어 끝이 났다. 작품의 플롯과 준비 과정, 글을 쓰면서 겪은 고민 등에 대한 작가님의 이야기가 담긴 시간이었다.

사실, 이번 장편소설은 한 미술 전시에서 발표한 단편소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나의 몸을 이루는 물질들은 전부 외부의 환경에서 온 것이고, 또 한 인간의 몸에는 세포만큼 많은 수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인간은 인간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고 물질적으로 바깥 세계와 뒤얽혀 있으니 그러한 인간과 인간 바깥의 경계를 지워보는 작업을 한 것이 신작 《파견자들》의 시작이었다.

이야기 전개에서 특별한 부분이 있다면 인간이 외계행성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외계행성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외계행성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지구를 탐사하는 사람들이 바로 ‘파견자들’이다.

"파견자는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고 나아가는 직업입니다. 무언가를 끔찍하게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불태워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해야 합니다."

매료와 증오. 이 상반된 두 감정은 책 속에서 주요 감정으로 나온다. 책의 주인공인 정태린은 자신과 함께 공생하고 있는 범람체(균류, 곰팡이)인 쏠에게 매료와 증오를 품고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스승 이제프에게도 말이다. 같은 감정을 품고 있는 두 존재에 대해 태린은 각각 다른 결정을 내린다. 그녀는 한 몸에 자신 외에 쏠도 함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들을 위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반면, 이제프와 함께하면 쏠과 같은 범람체에 증오만을 품고 있던 그이기에 그들과 공생하는 세상이 나타날 수 없어 그를 죽여 버린다. 이에 독자는 꼭 이제프를 죽였어야 했냐는 아쉬움을 비췄지만 김초엽 작가님은 원래부터 이제프라는 캐릭터는 죽음이 예정되어 있었던 인물이라고 하며 처음에 결정한 그대로 죽였다고 말했다. 나를 증명해 내고 자신과 같은 이들을 위한 선택을 내렸던 태린은 원래 선을 위해 결정을 내렸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상하관계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태린이 성장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선택을 내린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님은 태린과 이제프의 관계에 대한 감정선을 서술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하였다. 특히, 독자들이 이 둘을 모녀관계로 인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작중 태린은 스승인 이제프를 따라 범람체(균류, 곰팡이)로 뒤덮인 지구의 지상을 탐사하는 파견자가 되어 그와 동등한 관계가 되고자 한다. 그리고 스승인 이제프 역시 태린이 파견자가 되어 자신과 함께 있기를 원한다. 태린은 확실히 이제프에게 애(愛)의 감정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제프는 나이 차 때문에 태린과 같은 감정을 품고 있진 않지만 제자 이상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태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 둘은 연인 관계로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감정선이 서술되었다고 한다.

신작 《파견자들》은 2개월이 걸린 전작 『지구 끝의 온실』과 다르게 약 8개월 동안 꾸준히 준비한 작품이라고 한다. 소설계의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글을 쓰는 작가로 유명한데, 김초엽 작가님 역시 이번 작품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준비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촉박하게 준비한 전작 《지구 끝의 온실》을 통해 몸과 마음이 고장이 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결과 이번 기회에 야행성이었던 본인을 아침형 인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작가님의 짧은 강연 이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작중 태린과 이제프 모두 '파견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책 속 나오는 파견자는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고 나아가는 직업이라고 묘사된다. 그에 독자는 작가라는 직업은 어떤 감정을 품고 나아가는 직업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작가님은 작가라는 직업 역시 파견자들과 같다며 자신의 작품에 애정도 가지기도 하도 냉철하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에 글을 쓰는 독자가 밤에 썼을 때는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아침에 보니 별로였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이러한 상황이 바로 매료와 증오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작품에 어떤 메시지를 담느냐는 질문에는 메시지가 아닌 질문을 가지고 글을 쓴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글을 쓸 당시의 작가도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답은 독자가 찾을 수도 작가가 찾을 수도 있다고 한다. 소설을 쓸 때는 자신이 보고 싶은 장면을 미리 작성하고 나중에 그 장면을 넣으려고 하면 작품이 무너지게 된다며 처음부터 차근차근 쓰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했다. 추천 책으로는 『탈인지』, 『세계 끝의 버섯』,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을 언급하셨다. 좋아하는 가수를 묻는 질문에는 인디밴드를 좋아하며 그 중 페퍼톤스의 노래를 즐겨 들으신다고 한다. 이어서 차기작에 대한 질문도 들어왔다. 작가님은 아직 차기작에 대한 생각이 없으며 내년 봄쯤에 준비한다고 답했다.

마지막 시간으로는 사인회가 열였다. 독자들은 신작 《파견자들》 외에 다른 작가님의 책들도 가져와 사인을 받았다. 나 역시 집에 있던 김초엽 작가님의 첫 에세이 《책과 우연들》을 들고 가 사인을 받고 돌아왔다. 김초엽 작가님과의 첫 북토크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만약 내 몸에 나 말고 또 다른 존재와 함께 공생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한 상상에 답을 해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끝으로 만약 범람체가 뒤덮인 지구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당신이 오직 당신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환상을 버리면 된다.

김초엽 작가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세연

김초엽 작가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세연

김초엽 작가님의 사인

김초엽 작가님의 사인


홍해솔의 글

"나는 너의 일부가 될 거야. 어떤 기억은 뇌가 아니라 몸에 새겨질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할 거야. 사랑해.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서인지, 그만큼 경이로움을 느껴서인지 책을 읽으며 빠르게 뛰던 심장이 여전히 진정되지 않은 듯하다. 《파견자들》은 지상을 덮어버리고 인간의 자아를 분해하는 본능을 가진 범람체와 그 범람체들을 없애고 지상을 되찾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범람체와 공존하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내가 이 책에 빠져든 첫 번째 이유는 소설의 허구성이다. 나의 상상력을 넘어선, 전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이 소설의 허구성은 너무나 아름답다.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 범람화된 지상 세계를 탐험하는 파견자들, 그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들. 그 낯선 전개들은 작가의 구상력에 존경심을 가질 만큼 위대했다.

이 책에 빠져버린 두 번째 이유는 인물 간의 관계이다. 주인공 태린과 쏠, 선오, 이제프... 특히 위대한 업적의 파견자이자, 태린에게 세상을 알려준 이제프와 태린 간의 관계는 이 책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하나의 축이며 정말 매력적인 관계이다. 사제 관계이면서도 복잡한 애정 관계가 얽혀있는... 실제로 작가님은 나이 차이가 나는 여자 인물 두 명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유사 모녀 관계를 벗어나고 싶었다고 하셨다. '태린과 이제프가 나이가 들면 정말 서로를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 하는, 약간은 로맨스적인 기류를 나누게 묘사했다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둘 사이의 그 끈끈하고도 오묘한 관계가 느껴진다. 또한, 그렇게 서로를 정말 아끼지만 추구하는 목적이 다를 때 나오는 조금은 비참하고 애절한 결말은 이 책에 큰 여운을 남기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낯설고 아름다운 문장들. 특히 범람체의 모습이나 범람체가 감각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묘사해놓은 부분은 나를 책 속으로 완전히 끌어당긴다. 마치 작가님은 그들의 삶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세세한 표현들은 보면 볼수록 놀랍다. 또한, 인간의 환상을 깨트리게 해주는 문장들을 볼 때면 새로운 목소리들이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를 들면,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 중심적 삶만을 경험해 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 없어. 우리랑 결합한 상태에서도 너희는 여전히 의식을 지닐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는 자신에게 하나의 자아만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다. 우리에게 당연한 거니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선 범람체와 인간이 공존하는 자아를 제시하며, 자신이 오직 자신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완벽해 보이는 환상을 부드럽게 깨트린다.

《파견자들》은 인간이 존재하는 색다른 방식을 제공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우상에 빠져 타인에 둔감해진 이 사회에서 우리가 서로를 향한 이해, 공감을 이제는 해야 한다는 핑계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우린 본질적으로 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라든가 '내가 나로만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어.' 이런 장난 같은 핑곗거리를 만들어내며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로 시작해 우리로 끝나는, 김초엽 작가님의 책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김초엽 작가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해솔

김초엽 작가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해솔

달팽이책방 앞에서 기념촬영 🙂

달팽이책방 앞에서 기념촬영 🙂

<aside> 📎 차례(index)

표지

표지와 서지정보

여는 글

서툴기에 더 아름다운 (편집부장 장서영)

우리 모두 꿈을 가져요 (학생회장 손지원)

봉사의 길 (학교운영위원장 송인덕)

조언을 대하는 태도 (학부모회장 김재희)

[특집] 사랑하는 선생님, 자랑스런 선배님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 (신홍식 선생님)

독도등대관리원, 사진작가, 시인으로 살기 (김현길, 5회 졸업)

생각보다 나의 시간은 훨씬 길다 (김연지, 33회 졸업)

꿈을 이룬다는 것 (오소정, 35회 졸업)

활발한 고등학생에서 작은 마을 연예인으로 (조혜지, 35회)

The Road Not Taken (Ms. Rufty)

끼・열정・사랑 가득! 재학생 인터뷰

사각사각 인터뷰 (2023 학생회 회장단)

승리를 위한 열띤 함성 (어울림한마당 응원단장 박성현・손승빈)

우리반 그림 천사 (고민서)

썰플리 ver. 편집부 (홍시언・황유정・김서원・조수민・박예솔・홍민기)

갓생루틴 (김규재・한지수・권정은・이윤지)

우리학교만의 특별한 활동

🌐 국제교류

러시아 학생들과의 짧은 만남

💛 나라사랑, 지역사랑

덕수공원 현충일 추념식에 가다

💛 창체활동

코로나 이후의 봉사활동

<aside> 📌 오직 온라인에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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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울림학교

아주 시적인 아침 (장서영・김다빈・윤규민・고은빛・박효민・한지수・신세연)

오은 시인 초청 낭독회 후기

📖 30일 매일 함께읽기

궤도 작가와의 책수다

김민섭 작가와의 책수다

🚌 수학여행

시골 쥐들의 도시 여행 (김은서・김지윤・손지원・조연희)

<aside> 📌 오직 온라인에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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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내 공모 우수작

탄소중립실천공모전

흡연예방 및 금연실천 공모전(UCC부문)

수기위인 문예공모

🚗 교외 활동

**제5회 청소년 사회참여활동 및 정책제안 발표대회 (**이지현・한지수・장서영・권정은)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 참여 후기 (홍해솔・신세연・전지현・전가은 + 이채원 선생님)

포항시 학폭예방 또래상담공모전 대상!! (누리달)

<aside> 📌 오직 온라인에서만 ―

김초엽 작가와 함께한 《파견자들》 북토크 후기 (신세연・홍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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