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OO (학부모회장)

잘들 지냈니? 벌써 한 해의 끝이 다가오는구나. 다들 살아내느라 애 많이 썼다. 그런 너희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중년 아줌마의 라떼 이야기는 별로 흥미 없을 줄 알지만 소심한 마음 접고 하나 해줄게.

어떤 이의 삶을 잠깐 말해주고 싶어. 김동식 작가를 소개하고 싶네. 2017년 겨울, 《회색 인간》이라는 첫 소설이 출간되고 5년의 시간이 흘렀어. 2023년 6월 기준으로 이 작품은 89쇄를 찍었다고 하네. 현재는 전국 도서관이나 너희들 또래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학교에 강연을 다니느라 일정이 바쁘다고 하더라. 최근엔 신작 '궤변 말하기 대회'도 나왔어. 이 작가의 책 판권이 러시아나 일본까지 진출했다지.

김동식 작가 (이미지 출처, 경향신문)

김동식 작가 (이미지 출처, 경향신문)

그의 삶은 정말 파란만장해. ㅎㅎ 중학교 중퇴에 성수동 주물 공장 노동자로 10년 즈음 보냈대. 그런 그를 발견하고, 작가로 만들어준 사람이 있어. '김민섭'이라는 분이야. 두 사람은 2010년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되었고, 바탕화면에 깔린 '오늘의 유머'라는 커뮤니티에 접속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대. 그러다 글을 보는 안목이 있던 '김민섭 작가'는 '복날은 간다'라는 필명으로 쓴 글에 수많은 추천과 댓글을 보게 되었다지. 그 필명은 맞아 '김동식 작가'였어.

아줌마가 진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야. '복날은 간다'님은 주물공장에서 퇴근하면 날마다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글을 올렸지. 그런데 아까 내가 말했지. 중학교를 중퇴해서 문장의 흐름이나 문법, 맞춤법도 틀리고, 띄어쓰기도 안되고 그랬다고. 글이 너무 재미있다 보니, 댓글에 많은 이들이 맞춤법을 알려주고, 이렇게 하면 좋지 않겠다고 계속 알려주었다고 해. 자신의 글에 반응에 신나서 '김동식 작가'는 감사하다고, 몰라서 그랬으니 고치겠다며 답글을 다 달았고, 수정을 계속하며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고 하셔.

너희들도 알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어떤 부분을 지적하거나 수정을 요구하면 수용하기 참 쉽지 않거든. 그런데 김동식 작가는 수많은 커뮤니티 독자들의 조언을 받아 가며 자신의 글을 좀 더 좋은 작품으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보했지.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에서 중요한 게 '수정 과정'인데 그 훈련을 하게 된 거야. 그리고 지금은 10권이 넘는 소설집을 낸 인기 작가가 되었어.

내가 꼭 전하고 싶은 건 이거야. '조언에 대한 유연한 태도'. 근데 알지? 살면서 도움을 받지 않는 순간이 없어. 내가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거나 늘 따라다니더라. 그게 무엇이든 그래. 도움을 준다고 생색내기 그렇고, 도움을 받는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더라. 각자의 인생은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거잖아. 상생하는 거지. 김동식 작가의 대단함은 많은 작품을 쓴 것도 있지만, '복날은 간다'라는 필명으로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반응하는 댓글을 유연하게 수용하고, 배우고, 수정하며 자신의 작품을 성장시킨 데 있다고 생각해.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

삶은 목표처럼 되지 않은 상황이 많단다. 그래도 기억해, 목표는 늘 수정할 수 있다는 거. 중요한 건 너희들 자신이란 거.

내가 요즘 날마다 읽고 있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전하면서 마무리할게.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원문

<aside> 📎 차례(index)

표지

표지와 서지정보

여는 글

서툴기에 더 아름다운 (편집부장 장OO)

우리 모두 꿈을 가져요 (학생회장 손OO)

봉사의 길 (학교운영위원장 송OO)

조언을 대하는 태도 (학부모회장 김OO)

</a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