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이자 수필가이며 서울 합정동에서 ‘문학살롱 초고’를 운영하고 있는 김연지 선배를 온라인으로 만나 보았습니다. 학교 선배로서,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서 다양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편집부

Q. 안녕하세요 선배님! 영일고등학교 교지편집부입니다. 인터뷰를 위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문학살롱 초고’를 운영하고 있는 김연지입니다.

Q. 학창시절의 선배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저는 사실 학창시절에 범생이 같지만 뒤에서 할 거 다 하는 아이였습니다. 선생님들 앞에서는 차분하고 공부 열심히 하고 그랬지만, 뒤에서 몰래 야자 빠지고 떡볶이 먹으러 가고 체육관에서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좀 일탈을 많이 즐겼죠. 그다지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어요.

Q. 학창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3 때 다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철인 3종 경기를 저희끼리 했었거든요. 체육복 빨리 갈아입기, 숨 오래 참기, 복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빨리 달리기 이렇게 철인삼종경기로 저희끼리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3 때는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었죠.

Q. 그렇다면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친구들이랑 더 많이 놀 것 같아요. 저녁 먹고 저녁 자습이 있고 저녁 자습 끝나고 심야반은 또 밤 12시까지 있었어요. 정말 하루 종일 학교에 있고 토요일도 학교에 나와서 자습하고 그랬는데 좀 주말에 친구들이랑 여행도 좀 다니고 좀 더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Q. 가장 좋았던 선생님이나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계신가요?

제가 고2, 고3 둘 다 김응원 선생님 반이었어서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졸업하고서도 종종 찾아뵙고 제 생일 때마다 전화를 주셨던 선생님이라서 기억이 좋게 남아 있어요. 그리고 박민 선생님이 선생님들 중에 되게 열린 느낌이라 담임이었으면 되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책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Q. 책의 매력에 빠진 순간은 언제인가요?

혼자 서울에 올라와서 자취하면서 외로움을 많이 탔었어요. 그때 읽었던 게 시집이었는데 제 마음에 꼭 맞는 책들이었어서, 그때부터 좋아하게 되었어요.

Q. 그때 어떤 시인을 가장 좋아하셨나요?

김소연 시인님을 오래 좋아했어요. 산문가이기도 하시고 지금은 저의 선생님이십니다.

Q. 대학생 때 1년간 해외여행을 다녔다고 들었어요. 여행을 가기 전과 갔다 온 후의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자면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1년 동안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우리가 그동안 자라오면서 늘 나이를 소개할 때 어느 학교의 누구요, 무슨 대학교 몇 학번 누구요 이렇게만 자신을 소개해봤잖아요. 생각해보니까 한 번도 그 딱지를 떼어본 적이 없는 거예요. 어느 학교 몇 학번, 무슨 과 누구가 아니라 그냥 오롯한 제 자신 김연지로 존재하고 싶어서 휴학을 하고 여행을 다녔어요.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고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깨달은 것 같아요. 그때 여행하면서 찍은 글과 사진을 책으로 엮으면서 내가 글 쓰는 거 좋아하고 영상 만드는 거, 사진 찍는 거 그런 예술 쪽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Q. 그렇다면 추천하는 여행지가 있나요?

권하기 조심스러운 여행지이긴 한데 인도를 권하고 싶어요. 왜냐면 내 의지대로 되는 일이 없거든요. 기차 시간부터 예약하는 것도 다 내 마음대로 안 되고 매일매일 새로운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러면서 자신을 놓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 되게 자유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인도는 도시별로 색깔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인도 한 나라를 여행하면서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인도로 온 여행자들은 그냥 놀러 온 여행자가 잘 없어요. 좀 자아에 뭔가 문제가 있어서, 혹은 철학적인 고민이 있어서인 여행자들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 만난 여행자들이랑 대화하는 것도 굉장히 재밌었어서 색다른 여행지로 인도를 추천합니다.

Q. 여행과 책 모두 많이 하면 좋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선배는 둘 중 어느 쪽을 더 추천하고 싶나요?

어떤 책이냐 어떤 여행이냐에 따라서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어느 쪽이든 자기 마음, 감정, 내 취향에 맞는 여행지나 맞는 책을 찾는다면 그게 베스트인 것 같고 그 두 개가 따로 가는 게 아니라 저는 늘 함께였거든요. 여행을 가면 시간이 많으니까 책을 많이 읽었고, 가끔은 책을 읽는 게 여행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고 그래서 책을 추천한다 여행을 추천한다 하기보다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감정을 갖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인도 여행 중 (출처, 인스타그램)

인도 여행 중 (출처, 인스타그램) 편집부

김연지 선배의 책 <나로부터 당신까지의 여행> (출처, 인스타그램)

김연지 선배의 책 <나로부터 당신까지의 여행> (출처, 인스타그램) 편집부

이제 선배님께서 운영하고 계신 ‘문학살롱 초고’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Q. ‘문학살롱 초고’의 기획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셨나요?

기획이란 게 딱히 없었어요. 일단 계기는 제가 모교 대학교에 강연을 하러 갔었는데 그 강연에서 마지막 질문이 ‘앞으로 뭐 하고 싶냐’였어요. 그때 막연하게 책과 술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술 마시는 책방을 만들고 싶다고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때 그 자리에 계시던 고학번 선배님이 투자를 해 주시기로 하셔서 뭔가 급작스럽고 뜬금없는 발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술이랑 문학이 사실 같이 떠올리기 쉽지 않은 조합이잖아요. 이 둘을 하나의 공간에 두려는 발상을 어쩌다 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우선은 책과 술의 조합의 원조인 가게가 있어요. ‘책바’라고, 거기를 제가 대학교 때부터 많이 다니면서 술 마시면서 책 읽는 게 되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살짝 느슨해진 채로 책에 몰입을 할 수 있었던 게 좋았습니다. 굳이 문학과 술을 연결지은 건 저는 이 두 개가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였어요. 술도 잘 마시면 자신을 좀 개방시켜주는 매개체고 문학도 굉장히 개방적이고 창작자 입장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자유로운 분야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개방시켜준다는 면에서 닮아 있다고 생각해서 이 두 개를 엮어서 브랜딩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문학을 매개로 많이 교류를 했으면 좋겠어요. 북토크를 듣거나 뭔가 책을 읽고 교류를 하는 데에서 술을 촉매제로 써서 이 공간에서는 문학에 대해서 실컷 떠들고 교류하고 각자의 창작에 영감을 가져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Q. 문학살롱 초고의 특별한 행사인 디너쇼가 있다고 들었어요. 디너쇼에 초청한 작가님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누구인가요?

대화가 가장 재밌었던 작가는 서한나 작가님이었고, 디너쇼가 끝나고 분위기가 제일 좋았다 싶은 행사는 이환 작가님과 이슬아 작가님께서 함께 했던 행사였어요. 두 분께서 같이 노래도 부르시고 참가자분들도 너무 들떠있었어서 재밌었습니다.

Q. 박상영 작가님과 온라인 북토크를 하기 위해 가파도까지 다녀왔다는 일화를 봤어요. 그런 열정의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그거는 열정이었다기보다는 충동성이었어요. 코로나 기간이어서 행사를 할 수가 없는 기간이었는데 나라 지원 사업으로 온라인 행사를 할 수 있게 돈을 받았고 박상영 작가님을 온라인 북토크로 모시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가파도에 계시다고 하셔서 무산될 뻔했죠. 그런데 온라인으로 하는 거면 꼭 서점으로 작가가 오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서점이 작가한테 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온라인이니까. 그래서 그러면 저희가 가겠습니다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그때 너무 여행을 하고 싶었어요. 핑계 삼아 여행을 가서 작가님 뵙고 북토크도 재밌게 했었어요. 저한테는 그냥 발상의 전환 같은 거였어요.

Q. 문학살롱 초고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장 기뻤을 때는 매출이 높게 나올 때요. 솔직히 최고의 매출을 찍었을 때 기뻤습니다. 그리고 힘들었을 때는 코로나 기간 때 매번 영업 제한이 계속 바뀌고 인원 제한도 바뀌고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가장 힘들고 그만둘까 생각했었죠.

Q. 문학살롱 초고가 사람들에게 어떤 장소로 남았으면 좋겠나요?

심적으로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되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는 무엇을 하든지 눈치 보이지 않는 안전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더블랭크를 통해 소개된 초고와 김연지 선배 (출처, 인스타그램)

더블랭크를 통해 소개된 초고와 김연지 선배 (출처, 인스타그램) 편집부

초고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출처, 인스타그램)

초고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출처, 인스타그램) 편집부

그럼 지금부터는 선배님에 대한 질문을 드려불게요. Q. 요즘 선배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원하는 글이나 시를 쓰고 나서 딱 ‘됐다’ 싶은 순간에 가장 행복하고 짜릿한 것 같아요.

Q. 선배의 꿈은 무엇인가요? 언젠가 제 시집이 나온다면 그 시집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는 게 가장 큰 꿈입니다. 그래서 그 시집이 그 사람의 어려운 시기를 잘 건너갈 수 있게 도와준다면 작가로서의 그보다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Q. 10년 후에 선배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다면 좋겠나요?

많은 걸 바라진 않고, 일상을 잘 챙기면서 루틴도 좀 잡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시인이 되기 위해서 매년 문예지나 신춘문예에 투고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때쯤에는 시인이 되어서 제 책이 한 권은 꼭 나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꼭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내년 초에 책이 나와요. 영일고 도서관 서가에서도 볼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웃음)

Q. 영일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갑갑하거나 내 인생이 비참하게 느껴지는 분들에게는 이슬아 작가의 ‘끝내주는 인생’을 권하고 싶어요. 인생의 모든 찬란한 빛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나도 그런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힘이 되어주는 책입니다.

Q. 도전을 망설이는 친구들에게 용기를 낼 수 있는 한마디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늘 하는 생각이 ‘밑져야 본전이다’. 실패하더라도 생각보다 내 삶은 후퇴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면 편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학생들이잖아요. 10대 20대는 뭘 해서 망하고 그래도 얼마든지 다시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의 시간은 훨씬 길다는 걸 학생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영일고등학교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후회 없을 만큼 많이 친구들이랑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기니까, 많이 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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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표지와 서지정보

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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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을 대하는 태도 (학부모회장 김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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