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고등학생’에서 ‘작은 마을 연예인’이 되어버린(?)

초등학교 교사 조OO 선배를 만나 인터뷰하였습니다.

언젠가 전국구 연예인이 되어 유퀴즈에서 뵙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  편집부


안녕하세요! 교지편집부입니다. 인터뷰 시작을 위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 영일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충남 아산에서 4년 차로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조OO입니다.

Q. 학창시절에 혜지 선배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저는 진짜 밝고 시끄럽고 활발한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왜 반에 한두 명씩 있잖아요. 선생님들이랑도 잘 지내고 애들이랑도 잘 놀고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하는 대신 좀 시끄러운(?) 그런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Q. 학창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지금 교사라서 이게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웃기긴 한데(웃음) 야간자율학습시간에 공부하기가 너무 싫어서 선생님한테는 동아리 활동해야 한다고 거짓말하고 애들이랑 학교 근처 카페 연다연에 가서 빙수를 먹었습니다(흐흐). 그때 신홍식 선생님께 거짓말한 게 걸려서 전화가 왔고 몰래 돌아오려다 걸려서 복도에서 무릎 꿇고 벌 서다가 친구들에게 놀림받았던 기억이 있네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Q. 고등학생 혜지 선배가 꼭 가지고 다녔던 필수템 또는 애착템이 있었나요?

고등학생 때는 체육복 완전 애착템이었어요(웃음). 전 편한 게 너무너무너무 좋고 교복이 너무 불편해서 매번 입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좀 특이한가 싶지만 2학년 때 체육하고 나서나 야자 하기 전에 매번 애들이랑 수돗가에서 세수하고 이 닦고 발 닦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수건과 세안용품이 그때 필수템이 아니었을까... 완전 쾌적 상쾌 꿀 아이템입니다.

Q. 고등학생 3학년 때부터 선생님을 희망하셨다고 들었어요. 선배가 선생님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전 사실 안정추구형이라 안정적인 환경을 좀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직업 선택도 보통 그런 식으로 접근하긴 했는데 그때 마침 신홍식 선생님께서 교대를 추천해 주기도 했고 교사가 안정적인 직업이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선생님들을 좀 좋아하는 편이기도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 주변 선생님들이 다 좋으셨어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게 좀 좋았습니다. 제 가치관이 좀 주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며 사는 것을 선호하기도 해서요. 그치만 교대 가서 정말 만족했습니다.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소관종인 제 성격에 딱인 직업이거든요. 저랑 비슷한 성격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직업인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선배님이 본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첫인상과 지금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 직업을 갖기 전에는 선생님은 매일 학생들과 수업하고 많은 업무하고 여러 가지 재능을 가진 대단한 사람들이라 여기고 멋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지금 느끼는 제가 하고 있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약간 ‘작은 마을 연예인’이라는 느낌입니다. 학교에서 진짜 많은 일을 하기도 하고 소소하게 다양한 재능을 학생들에게 선보이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학생이나 학부모님들이 선생님에 관심이 많으셔서 그 관심이 조금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 조금 소관종이라 그 관심이 좋기도 하답니다. 그래서 요즘은 선생님이 ‘작은 마을 연예인’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물론 여전히 주변 선생님들은 예전처럼 멋지고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하고요.

Q. 교대에는 다양한 활동이 있다는 글을 봤어요. 선배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말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는데 특히 예체능 쪽으로 많이 해서 예체능대학을 간 느낌이에요. 초등학교에서 할 법한 활동들을 한 번씩은 다 배워보는 것 같은데 체육은 탈춤, 육상, 티볼, 배드민턴, 테니스, 스포츠댄스. 심지어 헬스 같은 것도 배우고요… 음악은 가야금, 피아노 등 다양한 걸 배웁니다. 그리고 단체 활동을 진짜 많이 해서 단체 활동을 선호하지 않으면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탈춤이에요. 교대에서 제일 수치스러웠던 활동인데 다른 과 애들이랑 다 같이 한 연습실에 모여서 동작 연습하고 시험도 애들 앞에서 해야 합니다. 전 춤에 자신이 없는 편이라 특히 더 힘들었고 웃겼습니다.

Q. 탈춤도 배우나요?

네. 탈춤을 한 동작씩 다 배워서 시연도 합니다. 스포츠 댄스는 짝이랑 동작 연습해서 같이 시험 치고… 독특한 학교가 아닐까 싶네요.

Q. 그럼 이제부터는 혜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혹시 교단에 서기 전 반복하는 습관 혹은 행동이 있으신가요?

사실 매일 하다 보니 제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전 매일 아침 교실에 도착해서 창문 열고 수학 익힘책 풀라고 잔소리를 하고는 교무실에 물을 뜨러 갑니다(크크). 그리고 수업하기 전엔 매번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며 수업을 시작하죠. 다른 선생님들도 이러시겠죠(웃음)? 아 그리고 매일매일 다이어리를 쓰고 해야 할 일을 정리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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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업을 준비하시는 데 보통 어느 정도가 걸리시나요?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는 수업 준비에 많은 시간이 걸려서 야근하거나 집에 가서 수업 준비를 하기도 했는데 이젠 좀 빨라졌습니다. 수학 같은 과목은 거의 수업 준비 없이 수업이 가능하고 국어나 도덕 실과 같은 수업은 단원 시작할 때 단원의 흐름에 맞게 미리 수업을 재구성하고 활동을 준비합니다. 다행히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자료가 교사 사이트에 많이 올라와 있어서 많이 활용하는데, 그래서 보통 수업 끝나고 3시쯤부터 4시 반 퇴근 전에 수업 준비를 하는 것 같네요. 매일매일 미리 해둬서 사실 잘 모르겠지만 한 단원 준비하는 데 한두 시간씩 걸리는 것 같습니다.

Q. 지금까지 많은 수업을 하셨을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외국 학생이 60프로 이상인 좀 특수한 환경에서 근무를 해서 수업 난이도를 중, 중하로 준비하다 보니 성공적인 수업이랄까 제가 준비한 대로 수업이 진행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긴 한데요. 그래도 학생들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수업을 잘 즐기면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 붓 그리기로 미술 수업을 했는데 한 학생이 동작을 뽑아서 동작을 취하면 다른 학생들은 한 붓 그리기로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대해 친구들이 한 줄 평으로 칭찬해 주는 수업을 했는데, 생각보다 그림이 다양하게 나오고 칭찬도 박수도 많이 해주다 보니 수업이 엄청 활기차고 밝고 즐겁게 되어 저도 같이 웃으며 수업했던 것 같아요. 그게 최근엔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Q. 초등학교 선생님이시다 보니 전과목을 다 맡으시는데 가장 힘드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전 자신없는 과목 할 때 정말 힘듭니다. 음악이나 미술에 자신이 없는데 그런 수업을 준비할 때 매일매일 어떤 수업을 할지 고민하는 게 힘들어요. 그리고 예시 작품을 만든다든지 학생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할 때 조금 수치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Q. 선생님은 부끄러움이 많은 분이 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웃음) 처음엔 저도 어려웠는데 사실 애들 앞이라 부끄러움이 점점 없어지니 괜찮을 겁니다.

Q. 초등학교 교실을 보면 게시판이 예쁘게 꾸며져 있어요. 선배님의 반 게시판은 어떤가요?

이건 진짜 선생님들마다 정말 다른데요. 전 꾸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조금 귀찮아하는 편이라 학기 초에 학생들 작품을 게시하고 그 작품을 이길만한 엄청난 작품이 탄생하지 않는 한 바꾸지 않습니다(웃음). 계절에 따라 예쁘게 꾸미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 ‘꿈꾸는 우리’ 제목 밑에 학생들 작품 게시하고 밑에 나뭇잎으로 꾸며둔 게 전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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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게시판에 있는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피카소 그림 따라하기’인데 주사위를 굴려서 다양한 그림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각 부위를 독특하게 꾸며서 얼굴을 완성하는 작품입니다. 그게 좀 색감도 좋고 그래서 아직 바뀌고 있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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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초등학교 선생님은 손재주가 좋아야 할 것 같아요. 초등학교 선생님이 꼭 갖추어야 할 역량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손재주가 정말 정말 좋으시고 대단한 능력을 가진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아쉽게도 전 그렇지 못하고요(웃음). 대신 제가 생각하는 역량은 순간대처능력, 대화능력, 참을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보다 초등학생들은 매일매일 달라져서 어제는 괜찮아도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일이 생겼을 때 순간순간 잘 대처해야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해요. 특히 요즘은 아동학대와 같은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어서 더더더 조심해서 잘 대처하고 대화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 초등학생은 너무 아이 같을 때가 많아서 ‘쟤들은 아직 아이다.. 성장 중이라 부족한 거다...’ 하고 참고 이해하고 대화하려 노력할 때가 많아서 참을성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꼭 한 반에 한 명씩 힘들게 하는 학생들이 있잖아요. 그런 학생들 때문에 학교 가기 싫을 정도로 정말 스트레스를 줬던 학생들이 있는데, 그런 학생들이 중학교 가서 잘 지낸다는 소식이 들린다든지 아니면 스승의 날에 “선생님 그때 제가 너무 힘들게 했죠, 저 지금은 어떻게 지내요. ” 이런 식으로 연락이 올 때 좀 뿌듯하고 좋았습니다. 그중에서 젤 뿌듯했던 건 졸업한 한 친구 부모님께서 ‘선생님 덕분에 아이가 잘 컸다.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하면 선생님을 얘기한다.’ 이런 식으로 연락이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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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나요?

저는 그냥 친구 같은 선생님으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수업할 때나 생활할 때 최대한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지금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하는데요. 그래서 그냥 나중에 저를 떠올렸을 때 ‘그때 참 재밌는 거 많이 했지!’, ‘나랑 대화가 참 잘 됐던 선생님이었어.’ 뭐 이런 느낌의 선생님이면 좋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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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장에서의 모습을 보니 평상시의 혜지 선배님의 모습도 궁금해요. 선배님의 데일리 루틴 알려주세요!

전 진짜 규칙적으로 사는 편인 것 같은데, 7시쯤 일어나서 아침 간단히 챙겨 먹고 8시쯤 출근해서 4시 반까지는 학교에 있고요. 퇴근하고는 집에 와서 잠깐 쉬다가 보통은 배구하러 갑니다. 제 취미가 배구라서 배구하고 집 오면 10시쯤이라 씻고 자고, 배구 안 하는 날에는 집 근처 운동장에서 러닝 하거나 집 근처 산책로를 산책을 합니다. 정말 학교 집 운동 밖에 안 해서 재미없는 삶 같아 보이네요(웃음).

Q. 배구라면 어느 포지션인가요?

저 여자 팀에서는 세터랑 수비합니다.

Q. 요즘 선배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운동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배구랑 축구를 좋아해서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랑 점심시간에 많이 해요.

Q. 선배의 꿈은 무엇인가요?

소소하게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는 장난이고 이렇게 학교생활 무난 무난하게 잘하고 취미생활도 잘 하면서 결혼도 하고 저 닮은 애도 낳고 평범하게 잘 사는 게 꿈이라면 시시할까요(웃음). ‘멋진 교사!’는 제 꿈은 아닌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영일고등학교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공부하랴 활동하랴 너무너무 바쁜 시기겠지만 그때 친구들이랑 좋은 추억 쌓고 재미있게 보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나한테 주어진 일도 열심히 하면서 정말 정말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것들 잘 즐기면서 지냈으면 좋겠네요. ‘틈틈이 야자를 째고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 것도 추천한다’고 하면 안 되겠죠(웃음).


선배 언니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번 인터뷰를 통해 초등학교 교사에 관심이 있거나 꿈을 꾸고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억은 별처럼 앞을 밝혀준다고 하듯 고등학생의 시절이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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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표지와 서지정보

여는 글

서툴기에 더 아름다운 (편집부장 장서영)

우리 모두 꿈을 가져요 (학생회장 손지원)

봉사의 길 (학교운영위원장 송인덕)

조언을 대하는 태도 (학부모회장 김재희)

[특집] 사랑하는 선생님, 자랑스런 선배님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 (신홍식 선생님)

독도등대관리원, 사진작가, 시인으로 살기 (김현길, 5회 졸업)

생각보다 나의 시간은 훨씬 길다 (김연지, 33회 졸업)

꿈을 이룬다는 것 (오소정, 35회 졸업)

활발한 고등학생에서 작은 마을 연예인으로 (조혜지, 35회)

The Road Not Taken (Ms. Ruf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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