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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img src="/icons/book-closed_pink.svg" alt="/icons/book-closed_pink.svg" width="40px" /> 혹시 학교를 걷다가 독도 사진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입지관 1층, 도서관 앞에 있는 독도 사진을 직접 찍으신 분을 만나 뵙게 되었는데요. 사진도 찍으시고 독도 등대 관리원이시고 심지어는 시집을 두 편이나 쓴 시인이신 우리학교 5회 졸업생 김현길 선배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본 인터뷰는 2023년 3월 9일에 하였습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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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편집부: 안녕하세요. 교지 편집부입니다.

김현길: 저는 5회 졸업생 김현길입니다.

편집부: 반갑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현길: 안녕하세요 저는 영일고등학교 5회 졸업생이고요. 직장생활을 하다가 나이 서른 셋에 포항 지방의 해양수산청 시험을 쳐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김현길입니다.

편집부: 우선 독도 관련해서 질문 먼저 드리겠습니다.

CHAPTER 1. 독도

Q. 독도 사진을 어떤 계기로 본격적으로 찍게 되셨나요?

김현길: 처음에는 그냥 심심하니까 필름사진기로 사진을 찍다가 이제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많이 찍었어요.

편집부: 요새도 필름으로 찍으세요?

김현길: 필름카메라도 가지고 있고, 그런데 요즘은 다 디지털 DSLR로 찍죠.

편집부: 필름값이 요즘 너무 비싸졌어요…

김현길: 그러다 보니까 독도 역사를 추억할 것들을 저장한다는 식으로 독도 사진이 계속 모이다보니 다른 작가님들도 겨울사진이 없으니까 제게 겨울사진을 좀 달라고 연락이 오기도 해요.

Q. 독도사진을 많이 찍으셨는데 가장 좋아하시는 독도사진은 무엇인가요?

김현길: 독도사진을 좋아한다기 보다 날마다 새로운 모습이기 때문에 이 사진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고 그 날따라 잘 찍히면 좋은 거고 보통 이제 일출사진을 괜찮다고 봐요. 또 요즘에는 노을 사진을 좀 많이 찍고 있어서요.

편집부: 그러면 하루중 가장 좋아하는 독도의 풍경이 노을 지는 풍경인 것인가요?

김현길: 해무 꼈을 때

편집부: 아~~

김현길: 약간 무릉도원해야하나 사진에 떴지 싶은데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책자에 보면 표지 사진이...안개 자국 해무 꼈을 떄 저걸 딱 뚫어서 가면 서도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사람의 충동이 들더라고요.

김현길 선배가 촬영한 독도 사진. 학교에 기증되어 입지관 3층에 전시되어 있다.

김현길 선배가 촬영한 독도 사진. 학교에 기증되어 입지관 3층에 전시되어 있다.

Q. 정확히 독도 어디에서 일을 하시나요?

김현길: 저는 해양수산부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항로 표지과 독도 항로 표지 관리소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편집부: 그럼 독도의 동도 서도 어디서 근무하고 계시나요?

김현길: 동도에서 주로 거주를 하고 있고, 서도는 울릉군청 직원하고, 요즘은 소방본부 직원도 와 있습니다. 독도 주민은 김성덕 어르신이 작고하시면서 다 나가셨습니다.

Q. 독도에 들어가실 때 꼭 챙기는 게 있으신가요?

김현길: 카메라입니다.

편집부: 무슨 카메라를 쓰시나요?

김현길: 캐논을 사용하고 있어요. 사진은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이어서 요즘은 동영상을 좀 많이 찍고 있어요. 막상 15초~20초 짜리 영상을 찾으려니까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들어가면 동영상을 좀 많이 찍을것 같네요.

Q. 독도의 스팟들 중 어떤 스팟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김현길: 우리가 놀기 좋은 데는 강치 바위, 그쪽에 가야 잠수도 할 수 있고 밑에 소라도 있거든요. 거기서 물질해서 건져먹기도 해요.

(편집부: 신기하다~)

김현길: 미역바위나 다른데는 아무것도 없어요. 강치바위는 넓기 때문에 거기서 놀 수 있거든요.

Q. 등대관리원이라는 일을 선택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현길: 저도 여기 시험 칠 때까지만 해도 등대가 무슨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5회 졸업생 중에 ‘최경’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수산청에 근무를 서고 있는데 “너 자격증 있으면 시험 한 번 쳐봐라”라고 해서 그때 이제 독도에 등대가 생기면서 직원들을 많이 필요로 해가지고 우연히 들어갔어요.

Q. 등대관리원은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김현길: 등대는 바닷길을 안내하는 신호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육지에서 빨간불이 들어오면 서고 하듯이 황색 불이 들어오면 위험지구니까 그쪽으로 오지마라 경고의 표시도 하고 배가 들어오면 길을 안내하는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Q.독도에 일하러 가시면 언제 육지로 돌아오시나요?

김현길: 독도 근무에 기후 문제도 있고 해서 저희들은 한 달 근무하고, 한 달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50일씩 근무를 했습니다. 여객선도 안 다니던 초창기에는 시설들도 미비해서 큰 배들이 접근을 못하고, 독도가 천연기념물이다 보니까 일반어선들도 접근을 못하기도 해서 길게는 50~60일까지 근무를 했어요.

Q. 선배님께 등대란 어떤 의미인가요?

김현길: 등대는 그냥.. 희망, 사람이 외로울 때 볼 수 있는 안식처 같아요. 불빛을 보면 사람이 안심이 되잖아요. 암흑 속에서도 안심이 되고 저기까지 꼭 가야 내가 살 수있다, 저기까지 가야 내가 견딜수 있다는 그런 희망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것 같아요.

CHAPTER 2. 시집

Q. 2019년 출간한 첫 시집<그리움이 그리움에게>의 컨셉은 무엇인가요?

김현길: <그리움이 그리움에게>는 가족하고 제가 떨어져 있고, 아이들하고도 떨어져있다 보니까 이제 ‘보고픔’, ‘기다림’ 그런 쪽으로 많이 적었어요.

Q. 2022년에 새롭게 출간한 시집 <우리들의 이야기>도 읽어보니까 희망, 사랑, 인연과 같은 긍정적인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던데 따로 이유가 있나요?

김현길: 그래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들에도 사람이 우연히 지나치는 인연도 있고 그냥 삶의 인연이 되어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도 있고 그러면 또 지나가다가 만났는데 정들어서 오래 갈 수 있는, 그리고 어릴 때 바라본 친구들, 나이먹고 친구들을 만났을 때.. 이런 살아가는 얘기들을 정리해서 적었어요.

특히 ‘어느 시인의 죽음’이라는 시가 있는데 이게 연작으로 6편인가 되는데요, 방황하던 내 젊은 날의 초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띄엄띄엄 적어 놓았는 걸 이번에 시집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Q.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라는 시집은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김현길: 한 구절이라도 외로움을 같이 공감해주고 느낄 수 있는 글이면 좋겠어요.

편집부: 저는 아이에게, 꼬마에게?

김현길: 아가에게, 아이에게, 꼬마에게

편집부: 맞아요! 이렇게 이어지잖아요 그 글귀가 저도 좋았던 것 같아요.

김현길: 그 글들은 제가 아이가 크는 걸 잘 못봤으니까 아이가 클 때 이런 모습이었겠다 싶어서 적은 거였어요. 이게 나와의 싸움이고 창작이고 한데 참 힘들어요. 그런데 독도에서는 아무생각 없이 내려 놓고 있다보면 그냥 써져요. 조금씩 그냥 써지는 건 아니고 그 순간 순간을 떠올리면서 한 단어를 한 구절에 지어놨다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쓰는 거죠.

편집부: 신기한 것 같아요. 저도 오늘 첫사랑이라는 시를 썼거든요? 그냥 내 감정 넣어서 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더 대단하신 것 같아요.

편집부: 확실히 저희가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글이랑은 다른 것 같아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시인 것 같아요.

김현길: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감도 해주고 읽어주고 고맙다 하니까 나도 고맙네요.

CHAPTER 3. 영일고등학교

Q. 오랜만에 오신 영일고는 어떤가요?

김현길: 학교가 자꾸 변하니까…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진짜 이 학교 건물밖에 없고 천지가 다 논이고 했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주고 버티고 있으니까 저도 지나가다 더 보고, 찾아오고 그러는 것 같아요.

Q. 영일고 재학 중에 기억나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김현길: 얘기하려하니 부끄러운데, 집안이 어려워서 고등학교 안 다니고 일 배우려고 중학교 3학년 때 책을 아예 덮어버리고 대학, 고등학교 안 간다고 하니까 어머님이 3대 독자인 아들 대학 보낸다고 학교 가라고 해서 공부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입학 시험 쳐서 영일고에 뒤에서 다섯 번째로 겨우 들어왔죠. 겨우 들어와서 1학기에는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좀 더 해보려고 했는데 가정형편이 힘드니까 책을 덮었어요. 그 당시에는 선생님들도 성적 중심이 아니고 인성 중심으로 학생들을 대하다 보니까 꼭 공부를 해라 이게 아니고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풀어놓는 스타일이었어요.

편집부: 오~ 그렇군요

Q. 영일고 재학 당시 가장 좋아한 교과목은 무엇인가요?

김현길: 제가 기술 손지우 선생님 영향을 많이 받아거든요. 그 분이 저를 많이 구슬리고 다스리셨는데 제가 맞아가면서 버티고 했었죠. 근데 그 선생님도 어떻게 정이 드셨는지 저를 갖다가 많이 챙기셨는데, 제가 거부하고 도망가고… 그런데 아직까지도 손지우 선생님 생각 많이 나고 수학을 가르치신 배진우 선생님도 생각이 나고 하네요. 하여튼 재미있고 돌아보면 추억인데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말 안듣고 했는지…

편집부: (웃음)

Q. 요새도 연락하시는 동창들도 많나요?

김현길 계속 동창회 하고 총동문회 하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체육대회를 못했는데 올 6월달이면 총동문회 체육대회를 할 거예요. 참, 우리 고등학교 때 우리 담임선생님이 갓 결혼하셔서 신발도 사 드렸었는데..

편집부: 낭만이 가득했네요.

김현길: 그런데 그때 ‘불교학생회’(동아리)가 만들어지면서 재미있어졌죠. 지금도 불교학생회 모임하고 있어요. 그런데 불교학생회 하나 생기니까 기독교학생회 하나가 또 생기는 거예요.

(모두의 웃음소리)

편집부: 견제 목적으로요?

김현길: 경쟁으로, 우리는 아직까지 꾸준하게 연락하고 만나고 그러는데 기독교는 흐지부지 사라졌어요. (웃음) 그때도 강호진 선생님하고 강원영 선생님 강남미 선생님도 고생 많이 하셨죠 . 배진우 선생님하고 강남미 선생님하고 결혼하셨거든요.

편집부: 오~

김현길: 강남미 선생님의 별명이 강낭콩이었어요. 키가 작으셨거든요.

(모두의 웃음소리)

Q.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어떤 걸 제일 해보고 싶으신가요?

김현길: 개성을 좀 강조하고 싶어요. 사람마다 배워서 취득하는 게 있고, 부딪혀서 경험하는 게 있는데, 저는 부딪혀서 경험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지혜는 끝이 없잖아요.

편집부: 우와~ 명언이다, 명언. 꼭 적어야겠다!

김현길: 그리고 사람 생각이 억눌려 있으면 머물러 있어요. 이 생각을 깨고 나오면 창의성이 발휘되거든요. 지식 때려 잡는다고 들어오는 게 아니지만 내가 부딪히는 건 항상 몸 어딘가에는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딜 다니는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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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독도와 닮아있던 김현길 선배님. 선배로서, 시인으로서, 작가로서 그리고 독도 관리원으로서 들려주신 이야기들은 무척 새롭고 재밌었습니다. 선배님의 주민등록증 주소지에 ‘독도 이사부길’이라고 적혀 있어 저희들 모두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한참이나 들여다봤던 기억이 나네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선배님만의 시선이 표현된, 새로운 독도의 사진집이 나오길 조용히 기다려 보겠습니다. 끝으로, 긴 여운이 남는 인터뷰의 느낌을 선배님의 두 번째 시집 마지막 시의 마지막 연으로 대신합니다. 편집부

청명한 하늘빛

첫사랑의 떨림으로

기다림의 그림자를 쓸고

사랑을 담고

행복을 줍다

— 김현길 시집 《우리들의 이야기》 중 <사랑을 담다> 마지막 연

<aside> 📎 차례(index)

표지

표지와 서지정보

여는 글

서툴기에 더 아름다운 (편집부장 장OO)

우리 모두 꿈을 가져요 (학생회장 손OO)

봉사의 길 (학교운영위원장 송OO)

조언을 대하는 태도 (학부모회장 김OO)

[특집] 사랑하는 선생님, 자랑스런 선배님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 (신OO 선생님)

독도등대관리원, 사진작가, 시인으로 살기 (김현길, 5회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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