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교지편집부의 두 편집위원은, 2023년을 정년으로 맞아 인생 2막을 앞두고 계시는 신OO 선생님을 인터뷰하였습니다. 평소에도 자상하신 분위기로 학생들을 대하시는 것으로 유명한데, 역시 사소한 질문들에도 진지하게 생각하시며 진심으로 답변해 주시는 모습이 우리 편집위원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제 떠나 보내게 되어 무척 아쉽지만, 짧은 인터뷰 시간은 학교와 제자를 향한 선생님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깊은 마음을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느껴 보시죠. ****(이 인터뷰는 11월 22일 공용7실에서 진행하였습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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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영일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 과목을 담당하고 있고 지금까지 총 37년 동안 재직한 신OO입니다.

37년이라는 숫자는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는 언제 부임하신 건가요?

1987년에 학교에 부임해서 영일고등학교 7회부터 함께 수업하고 지금까지 37년간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1987년 당시, 선생님의 신임시절은 어떠셨나요?

고향이 충청도여서 ‘경상도라는 낯선 환경’과 ‘첫발을 내디딘 교직 생활’ 모든 것이 새로움 자체였습니다. 처음에 발령받았을 때 학기를 1달 앞당기어 2월부터 학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교무실에 나무로 불을 피우고 조개탄을 때는 난방을 했는데, 그때는 모든 일을 선생님이 하던 때였습니다. 신임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출근하면 따듯한 난로 옆으로 가서 불을 쬐곤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선배 선생님이 조용히 불러서 '힘들어서 불을 피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불만 쬐는 사람이 있다.'라는 말을 넌지시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는 등교하면 난로에 불을 피우고 저녁 퇴근 전에 난로 청소를 했는데, 지금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그 시절의 열악했던 환경이 기억에 납니다. 또 초임 시절에 차를 가지고 있는 선생님은 한 명도 없어 늘 스쿨버스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등하교를 했어요. 점심에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 퇴직하신 선배 선생님들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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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교직 생활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40년 가까운 교직 생활을 하며 학생들과 함께 한 일화는 동아리 활동, 체육대회, 소풍, 수련회, 수학여행 등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 정도만 기억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교직 생활에서 첫 번째 담임을 맡은 1학년 5반. 50명이 넘는 학생들과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시외버스 터미널에 모여 내연산 보경사 관음폭포로 학급 단합 대회를 갔습니다.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보경사 주차장에 내려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학교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 정도 산행을 하며 드디어 목적지인 관음폭포 절경을 맞이했습니다. 마침 평일이라 관음폭포에는 우리 이외에 한 사람도 없어서 우리만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여름에 1시간 가량 산을 오르니 젊은 나이에 다들 땀도 많이 나고 날씨도 더워서, 단체로 학생들이 "선생님, 우리 여기서 수영하고 놀면 안 되겠습니까?"하고 요청했습니다. 담임으로서 난감했지만 다행히도 폭포 주변을 보니 나무에 위급 시 사용할 수 있는 튜브가 매어져 있어 가장자리에서만 물놀이를 하도록 허락했습니다. 만일을 대비해 혹시 물에 빠지면 튜브로 구조할 수 있도록 수영을 잘하는 몇 명의 학생을 선발해 배치했습니다. 우리만의 자연 수영장에서 즐거운 수영을 하며 놀고 있었는데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곳에서 수영을 못하는 한 학생이 허우적거리며 물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 빨리 구해!" 소리치며 얼른 튜브를 학생에게 던져주고 몇 명의 구조요원 학생들과 힘을 합쳐 빠른 시간에 구했지만 한참 만에 놀랜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답니다. 돌이켜보면 혈기 왕성한 학생들을 수영금지 구역인 위험한 장소에서 수영을 허락했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했던 기억입니다.

정말 위험할 뻔했네요. 그렇다면 교사로서 보람이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습니다. 교직은 천직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네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을 하는 교직은 소명 의식이 필요하고 다른 직종과 달리 학생과 봉사의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 있는 직업을 가지고 한 평생을 밝고 에너지 넘치고, 순수한 수많은 학생들과 좋은 인연을 맺고 함께 걸어온 자체가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네요. '교육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교육활동에서 교사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말인데, 나와 인연을 맺었던 많은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서 어른이 되어서도 나를 괜찮은 교사로 기억해 준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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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선생님께 이걸 꼭 여쭤보고 싶어요. 생명과학 공부를 하는데 특별한 팁 또는 특별한 공부법이 있을까요?

어느 과목이든지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늘 3가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습하고 수업을 열심히 듣고 그 다음에 복습을 하고. 이 3가지를 하면 생명과학 과목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학생들이 한 과목만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과목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서 3가지가 가장 이상적인 공부 방법이지만 그게 안 되면 최소한 2가지는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나름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는데 성적이 잘 안 나와 답답할 때는 혼자 괜히 마음속으로 속상해하지 말고 담당 과목 선생님을 찾아가서 선생님께 조언을 얻거나 아니면 선배한테 가서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고 학습에 대한 조언을 듣게 되면 훨씬 더 빠른 시간 내 자신의 학습 방법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라는 어떻게 보면 짧고 어떻게 보면 긴, 그 시간 동안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좀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 4H도 담당하고 계세요. 4H를 맡으시면서 어떠셨나요?

영일고등학교 4H 동아리는 2002년도에 창립되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과학 과목을 담당하고 있어 과학 관련 동아리를 지도하다가 2015년도에 4H 동아리를 맡아 지도를 해왔습니다. 4H 동아리의 교내활동은 교화인 국화 키우기와 토마토, 가지, 상추 등 다양한 식물을 학생들과 직접 키우고, 우리 지역 중명 생태공원 환경지킴이 활동도 했습니다. 특히, 가을에 국화 화분을 교정 및 교실 복도에 배치해 예쁜 교내 환경을 꾸미는 데 앞장섰습니다. 교외 활동은 포항 시내 고등학교 학생들과 연합해서 1년에 봄, 가을 2번 정도 농촌 체험 활동도 하고 학교에서는 천연비누, 올인원 화장품, 향수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했습니다. 학생들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단순한 이론에서 끝나는 수업보다 직접 만들고 실천해 보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느껴보고 체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며, 학생들과 좀 더 끈끈한 정을 나누며 따뜻한 사제관계를 유지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랜시간 재직하시면서 느낀 우리학교만의 자랑거리는 무엇인가요?

요즘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는 명문대학교 진학에 최우선 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영일고등학교는 이성과 감성이 서로 연결되어, 논리와 심리가 합쳐져서 합리적으로 사려 깊게 행동하는 인성을 최우선 목표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포항 시내 어느 학교보다 즐겁고 신나는 학교생활을 하는 학교, 인사 잘하는 학교, 폭력 없는 학교,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창의, 인성의 모범을 보이는 자랑스러운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는 누구인가요?

사람은 즐겁고 행복한 기억보다도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더 오래 남는 것 같네요. 교직 생활에서 만난 수많은 제자 중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보다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많이도 태우던 졸업생들이 생각이 난답니다. 지금은 한국 종합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다녀오고 대학 강의도 하며 강원 시립 교향악단에 근무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업은 전교 꼴찌에 불같은 성격으로 친구들과 싸우고 학교에 불만이 가득한 학생을 고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로 만났습니다. 학생은 악기를 전공하기를 희망했었고 그 시절 부모님은 배고픈 음악을 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를 하셨습니다. 부모님을 만나서 설득한 후에 학생은 학교생활도 모범적으로 하며 열정과 에너지로 자신의 꿈을 이루어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단지 교사로서 제자에게 길을 터주었을 뿐인데 지금도 가끔 만나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며 소주잔을 기울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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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이야기를 이어가서 학생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색깔이 있나요?

저는 빨간색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우연히 도서관에서 김정해님의 '색깔의 힘' 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색깔이 사람에게 미치는 정신적, 신체적 영향들에 대해서 심도 깊게 다루고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더 흥미롭게 보았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람들이 왜 붉은색에서 위험이나 열정을 느끼게 되는지를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빨간색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열정과 위험인데요, 좋은 방향으로는 열정, 사랑, 에너지들과 연결되지만, 부정적인 방향으로는 위험, 금지, 공포, 등과 연관되기도 합니다. 요즘 100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학창 시절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창시절이 모든 학생들에게 열정, 사랑,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인생을 멋지게 준비하는 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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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사람들은 모두 최고가 되기를 원합니다. 최고는 타인의 기준이지만 최선은 언제나 자신이 기준입니다. 최고는 결과를 중시한다면 최선은 과정을 중히 여깁니다. 최선은 내가 얼마나 고난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얼마나 충실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세상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고, 최선을 다해도 꼴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소설가 박원서의 글 중에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한 삶은 아름답습니다. 인생에서 누구나 최고가 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영일고등학교 학생들은 모든 일에 쉽게 포기하고 않고, 반듯하고 단단하게 최선을 다하는 멋진 인생을 살아가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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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생활이라는 긴 챕터를 마무리하신 소감

37년이라는 교직 생활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인간은 살면서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았을 때 만족한 삶을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나로 인해 조금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학생들도 있겠지만, 나로 인해 상처받은 학생들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에 무거움을 느낍니다. 돌이켜 보면 더 넓은 마음으로 학생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좀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퇴직 후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의 인생을 숙제처럼 살았다면, 지금부터의 인생은 축제처럼 살고 싶습니다. '우리 삶은 하늘이 주신 것이고,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지금까지 만남을 이어오는 가까이 지내는 졸업생들과 선생님이 퇴직하면 조그마한 땅을 사서 놀이터를 만들어 놓을 테니 서로가 그리울 때 삼겹살 맛있게 구워서 막걸리 한잔하자는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주말을 이용해서 열심히 나무도 심고, 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더불어 퇴직하신 선생님들과도 행복한 만남의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할 일이 있어야 하고, 많은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퇴직하고 인생 2막은 바쁜 직장생활로 인해 평소 하지 못했던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실천해서 보다 멋지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이 소박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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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선생님만의 버킷리스트에는 무엇이 적혀져 있나요?

원래 젊은 시절 때부터 버킷리스트 하면 퇴직을 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버킷리스트였는데 지금은 포항 인근에 미리 땅을 준비해서 몇 년 전부터 주말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이룬 것 같네요. 두 번째는 여행을 많이 가고 싶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늘 가고 싶은 여행을 방학에만 가다 보니까 외국을 나갈 때는 가장 성수기 여행을 다니게 됩니다. 예전에도 동남아 쪽은 많이 가봤지만 아직 유럽과 같은 장거리 여행과 10박이나 15박 같은 장기 여행은 못 가봤기 때문에 퇴직을 하면 그 주변에 있는 친한 사람들과 유럽 쪽으로 한 번 여행을 가보고 싶습니다. 두 번째 버킷리스트 같은 경우에는 올해 4월이나 5월쯤 호주나 뉴질랜드 쪽을 지금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저는 퇴직할 때 계획을 다 세우기보다는 몇 개월 동안 푹 쉬면서 평소에 하고 싶은 걸 하나하나 계획을 세운 후 실행하려고 합니다.

네, 선생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그래요, 나도 그동안의 학교생활을 돌아볼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신OO 선생님

신OO 선생님

<aside> 📌 인터뷰 후기 ㅣ 자리라는 것은 그곳에 머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지냈느냐에 따라서 좋은 자리인지, 아닌지 분위기가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신OO 선생님이 머물렀다 떠난 자리에는 엔딩을 맞이한 꿈과 이제 막 막이 올라간 꿈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따스한 분위기가 맴돌던 이곳이 선생님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공간이기를 바라봅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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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차례(index)

표지

표지와 서지정보

여는 글

서툴기에 더 아름다운 (편집부장 장OO)

우리 모두 꿈을 가져요 (학생회장 손OO)

봉사의 길 (학교운영위원장 송OO)

조언을 대하는 태도 (학부모회장 김OO)

[특집] 사랑하는 선생님, 자랑스런 선배님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 (신OO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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