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희 (학부모회장)
잘들 지냈니? 벌써 한 해의 끝이 다가오는구나. 다들 살아내느라 애 많이 썼다. 단조로운 시간들의 연속이지. 학교 왔다, 학원 갔다, 가끔의 이벤트들 외엔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겠지.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하루를 지켜보는 엄마는 때로 마음이 짠하기도 하단다.
그런 너희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중년 아줌마의 라떼 이야기는 별로 흥미 없을 줄 알지만 소심한 마음 접고 하나 해줄게.
나 때는 '젊은이여 희망을 가져라'라는 말을 너무 해서 꿈이나 희망 없이 살면 꼭 내가 가치 없이 사는 인간처럼 초라하게 보였어. 그래서 꿈이 있어야 하는가 싶어서 '선생님이 되겠다', '화가가 되고 싶다'라는 목표를 억지로라도 정했었지. 근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더라. 꿈이 있으면 좋지만, 인생이 목표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꿈이 없다고 이루지 못하는 것도 아니더라고.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살다가 생기기도 하고, 일하다가 찾기도 하고, 상황에 맞춰 돈 벌며 살기도 하고 그렇더라.
그건 그렇고, 오늘은 어떤 이의 삶을 잠깐 말해주고 싶어. '김동식 소설가'를 소개하고 싶네. 2017년 겨울, '회색 인간'이라는 첫 소설이 출간되고 5년의 시간이 흘렀어. 2023년 6월 기준으로 이 작품은 89쇄를 찍었다고 하네. 현재는 전국 도서관이나 너희들 또래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학교에 강연을 다니느라 일정이 바쁘다고 하더라. 최근엔 신작 '궤변 말하기 대회'도 나왔어. 이 작가의 책 판권이 러시아나 일본까지 진출했다지. 작가분 책 읽으라고 말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 절대로 아니야. 대신 궁금하면 한 번 읽어 봐. 십 대 친구들이 그렇게 열광한다니 알아서들 하렴.
김동식 작가 (이미지 출처, 경향신문)
김동식 작가를 잠깐 소개하면 파란만장해. ㅎㅎ 중학교 중퇴에 성수동 주물 공장 노동자로 10년 즈음 보냈대. 옷에 다는 '지퍼' 모 형틀에 녹인 금속을 넣는 작업을 반복하는 일을 했어.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그 작업을 하느라 외롭고, 지루했다고 하더라. 지하 벽면을 보면서 그렇게 일하다 상상의 시간이 늘었고, 그 상상이 지금의 작품으로 탄생했다고 하네.
그래서 상상력을 키우라고 말할 줄 알았지? 아니. 상상력이 '해보자 시작 ~' 한다고 되는 거면 다 예술가 되겠다. 중학교 중퇴에 주물공장에서 일만 하던 김동식이라는 사람을 발견하고, 작가로 탄생시킨 사람이 있어. '김민섭'이라는 분이야. 이분은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시다 지금은 전업 작가에 입문하셨어. 두 사람은 2010년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되었고, 바탕화면에 깔린 '오늘의 유머'라는 커뮤니티에 접속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대. '오늘의 유머'에 재미있는 글을 쓰기도 하고, 읽기 위해서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았대. 그러다 글을 보는 안목이 있던 '김민섭 작가'는 '복날은 간다'라는 필명으로 쓴 글에 수많은 추천과 댓글을 보게 되었다지. 그 필명은 맞아 '김동식 작가'였어.